<돼지 이야기>

유리 글, 그림 / 이야기꽃

 

2010년 겨울, 우리나라에는 돼지가 1000만 마리쯤 살고 있었습니다.

그 해 겨울, 332만 마리 돼지들이 마지막이 되어 버린 첫 외출을 나섰습니다.

돼지는 미욱해 보이지만 영리하고 쾌활한 동물입니다.

돼지는 더럽다고 여겨지지만 깨끗한 것을 좋아합니다.

돼지는 진흙 목욕과, 튼튼한 코로 땅파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나 세상의 돼지들 가운데 흙을 밟고 사는 돼지는 열에 하나도 채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2010년 겨울의 구제역 살처분 사태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일은 돼지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비극이었습니다.

더욱이 제 손으로 직접 그 일을 처리했던 사람들은 그 뒤로도 오랫동안 죄책감과 공포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합니다.

아무리 짐승이라 해도, 목숨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으니까요.

그 뒤로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축을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공장식 축산’에 대해, 식용으로 길러지는 가축들의 권리에 대해, 나아가서는 고기를 먹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죽여 먹이로 삼을 가축의 권리를 생각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요?

중앙아시아나 툰드라 지역의 유목민들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해 양이나 순록을 죽일 때,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고통을 적게 느끼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사람을 위해 목숨을 희생하는 가축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이지요.

최근에는 공장식 축산을 버리고 ‘동물 복지 축산’을 하는 농가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가축이 살아 있는 동안 생명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도록 해 주자는 뜻이요, 가축이 건강하고 행복해야 그것을 먹는 사람도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사람도 동물이므로 다른 생명을 먹어야만 살 수 있습니다. 다른 생명을 길러 먹이로 삼는 능력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다른 생명을 어떻게 대해야 옳은지 생각할 수 있는 힘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이 책이 그러한 생각을 나누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야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