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용한 일요일
이선미 글, 그림
글로연
2017.7

 

 

발랄 상큼해 보이는 형광 분홍색 물감이 주르륵.
조용한 일요일이라는 제목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표지가 인상적이죠.
책을 펼쳐 앞뒷 표지의 연결을 보니 페인트 통의 일부분이었어요.
어느 조용한 일요일과 분홍색 페인트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요?

지붕에서 분홍색 페인트 통이 떨어지고 있어요.
아마도 지붕을 예쁘게 칠하기 위해 준비된 것 같은데...
떨어진 페인트 통은 바닥에 화려한 무늬를 만들며 쏟아지고,
저쪽에서 공놀이를 하던 강아지와 아이가 차례로 등장합니다.
모두 분홍색 물감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요.
고양이와 날아가던 새들도 분홍색 물감 발 도장을 찍으며 놀고 있어요.
분홍색 물감 안에서 굴리던 공을 뻥 차는 아이.
그 공은 여기저기에 흔적을 남기며 날아갑니다.

자전거를 타고 놀 때 즐겨 하던 놀이가 있어요. 이 그림책을 보니 그 순간이 딱 떠오르네요.
비가 오고 난 뒤, 날씨가 화창하게 개인 날.
대문을 열고 골목길로 나가보면 땅에는 여기저기 물웅덩이가 몇 개씩 보여요.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러 웅덩이를 지나치며 바큇자국 남기기 놀이를 했어요.
햇빛에 말라서 사라지면 또 웅덩이로 가서 물을 묻혀 달리고, 달리고를 반복하며 바큇자국을 그렸어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골목길에서 열중하며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
직선, 곡선이 교차하며 만들어진 바퀴의 흔적들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던 그 골목길.
그 모습을 바라보며 누군가 대문을 열고 나오지 않기를 바랐던 아이가 보입니다.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그림책이지만 뒷부분에 등장인물들의 각 시선과
상황별 이야기를 들려주어 더욱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어요.
분홍색 페인트를 제외한 모든 부분은 검은색으로 표현되어 시각적인 대비 효과가 더욱 흥미를 자극하네요.

 

ⓒ아이윙 그림책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