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집배원
장세현 글,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2016.03

 

여러분은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려 본 적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말하면 요즘 우리는 택배 아저씨를 더 기다리는 것이 사실입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우편함에 넣어주는 것들은 인쇄된 글씨가 가득한 건조한 광고 전단지나 고지서, 관리비 명세서 등등 일 뿐.
체온이 담겨있는 우편물이 아니죠. 거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물론 이메일 명세서로 대부분 변경했기에 그나마 도착하는 우편물도 없는 편입니다.
수십 년 전에는 집배원 아저씨를 기다려봤어요.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자란 세대거든요.
창문에서 내려다보며 집배원 아저씨가 자전거로 왔다 가시면 얼른 내려가 보곤 했어요. 친구의 답장이 왔는지 하고 말이죠.
새로운 우표를 구경하는 것, 익숙한 글씨체를 만나는 것.
알록달록 예쁜 편지 봉투에 웃음 짓고, 봉투가 도톰하면 더욱 기분 좋은 기대감에 들떴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엉터리 집배원의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요

동네 꼭대기 외딴 집에 사는 까막눈 할멈은 외국에서 아들이 보내는 편지를 목이 빠지게 기다립니다.
가끔은 저 산등성이 너머로 아들이 오지 않으려나 낡은 대문을 반쯤 열어 두고 앉아 있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오는 아들의 편지는 할머니의 유일한 낙이자 활력소입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할머니에게 그 편지를 전하는 집배원은 '엉터리'가 됩니다.
삼십여 년 동안 동네 구석구석 소식을 전해 온 집배원이 어째서 엉터리가 되는 걸까요?
그는 누구보다 이웃들의 사연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네 딸이 결혼한다더라, 누가 세상을 떠났다더라. 이 모든 소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집배원입니다.
그는 꼭대기 외딴 집에 사는 까막눈 할멈이 기다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일 년에 한 번, 아들의 편지를 전하는 집배원은 엉터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하고 싶은 말을 공들여서 여러 번 곱씹고 다듬어서 마음을 전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꾹꾹 눌러 쓴 손글씨는 훈훈한 온기를 담고 있었지요. 지금은 말 그대로 가볍고 휘발성이 강한 인스턴트 메시지들만이 일상에 가득합니다.
'보내기'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순식간에 전송되는 후회스러운 가벼운 말들이 허공에 떠돌기도 합니다.
모든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입니다. 다른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하지요.
그것은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입니다.  그래도 그 안에서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바로 노련한 집배원이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엉뚱한 집배원이 되는 그런 마음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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