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 끝에 있는 너에게
고티에 다비드, 마리 꼬드리 지음, 이경혜 옮김 / 모래알
새는 겨울이 되어 따뜻한 남쪽을 향해 날아갔고, 둘은 헤어졌습니다.
곰은 새가 그리워 어쩔 줄 모르다가 결국 새를 찾아 남쪽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어요.
가는 여정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바다에 빠져 그물에 걸리기도 하고, 뜨거운 화산을 만나서 발을 데이고, 전쟁터를 지나기까지 합니다.
다행히도 그 여정에는 길에서 만난 친구들이 곰에게 도움과 호의를 베풀어줍니다.
덕분에 곰은 새가 사는 남쪽에 닿을 수 있게 되지요. 이 그림책은 곰이 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행 중에 만나는 새로운 친구들의 이야기, 그들과 새롭게 쌓은 추억, 헤어짐의 슬픔, 두려운 감정을 편지로 들려줍니다.
'나의 새야, 널 다시 만날 생각을 하면 너무나 행복하면서도 사실은 아주 조금 겁이 난다는 것도 말해야겠지?'
그리움, 두려움을 안고서도 절망하지 않는 꿋꿋함을 보여주는 곰의 여행길은 감동과 여운을 줍니다.
곰은 새를 만나기 위해 세상 끝까지 그렇게 여행을 계속합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시기에 오래도록 친구와 편지를 주고 받은 적이 있습니다.
7-8년 정도 지속해서 주고받았던 편지를 통해 즐거움과 슬픔을 많이 나누었어요.
친구의 평범하지 않은(그때의 기준에서) 행보들은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간접경험이었고,
대리만족을 할 수 있어 특별했습니다.
늘 몇 걸음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앞서가던 친구의 시간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나라, 특별한 경험.
언제나 흥미로운 이야기로 넘쳐났습니다.
그러다가 우리의 편지가 뜸해지기 시작했던 이유는
'너무 다른 삶에 거리감이 느껴진다.'라며 친구를 향해 마음의 선을 긋기 시작해서일지 모르겠어요.
언제나 아는 것도 많고 들려줄 이야기도 많은 친구를 향한 못난 질투심이 자라나기 시작한 걸까요.
친구의 편지를 통해 음악, 책, 미술, 영화, 삶을 배웠는데 말이죠.
아이에게 책을 권해주고 난 뒤 어떻게 읽었냐고 물으니 조금 지루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며칠이 지난 뒤 읽어줄 테니 들어보라며 천천히 낭독을 해 주었어요.
그랬더니 '오, 혼자 읽었을 때 보다 좋은데?'라며 '좋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작게 되뇌며 듣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이에겐 천천히 읽어주세요. 어른이라면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보세요.
누군가 나에게 보낸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어떨 때는 걱정되는 마음이,
어떨 때는 미소가 지어지며 잔잔한 추억들이 불러일으켜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