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와후와씨와 뜨개 모자
히까스 도모미 지음
길벗스쿨

 

털실을 좋아하고, 뜨개질도 잘하는 쿠네쿠네 씨는 털실 가게에서 일합니다.
주문한 니팅 제품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뜨개 교실을 열어 뜨개질을 가르치기도 하지요.
출근 전 아침에 따끈한 밀크티로 시작하는 후와후와 씨의 하루는 장소에 따라 다른 후와후와를 쓰는 것처럼 후와후와 씨와 참 잘 어울리는 루틴(Routine) 같습니다.


오늘은 뜨개 교실 수업도 있는 날이라 평소보다 더 바쁜 하루가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러 가는 후와후와 씨의 발걸음은 행복해 보입니다.
주문해두었던 제품을 찾으러 오는 고객에게 목이 답답하지 않는지, 배가 불편하지는 않는지 물어보는 것은,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후와후와 씨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오늘, 주문한 모자에 실수가 생겼어요. 사이즈가 맞지 않았지요. 몹시 당황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최선을 다해 뜨기 시작합니다.

여담이지만 뜨개를 배워서 가방을 세 개째 뜨고 있는데요, 뜨개를 하는 것이 예쁜 결과물과 함께 뒷목과 손마디의 통증을 덤으로 주더라고요. 잘 배워서 좋아하는 예쁜 털실도 마음껏 만지고, 직접 뜬 선물로 고마운 마음도 표현할 요량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과 정성이 상상 이상으로 들어가는 작업이었어요. 게다가 빨리하려 할수록 그 통증과 다시 풀어내는 고생은 더 했던 것 같아요. 다시 한번 손으로 하는 일의 위대함을 몸소 배운 시간이었지요.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와서, 남은 하루 안에 모자를 다시 떠야 하는 그 시간은 뜨개 수업을 해야 할 시간이지만, 쿠네쿠네 씨와 부티크시마 씨는 말없이 그 옆에 있어 줍니다. 배려심을 가진 그들의 마음이 부들부들한 털실 뭉치 같기도, 기다랗게 이어진 털실 같기도 합니다. 서로를 잘 알아서인지, 그저 닮았기 때문인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인지까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섣불리 조언하거나, 괜찮다고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를 내지 않지요. 그저 후와후와 씨 곁에 있습니다. 

약속한 뜨개 수업 시간이지만 혹시라도 미안해할까, 구워 온 빵을 먹는 것조차 그의 일을 방해할까, 멀거나 아주 가까이도 아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조용히 점심을 먹는 쿠네쿠네 씨와 부티크시마 씨 입니다.  
어쩐지 이 마음을 너무도 잘 알 것 같았어요. 옆에서 어찌할 줄 몰라 실을 잡아주다, 니팅 조각을 잡아주다가 옆 의자에 앉아 조심히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은 후와후와 씨를 돕고 싶은 마음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을 교차시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서로 얽히며 완성되어 가는 뜨개 모자처럼 그들의 마음도 그렇게 겹치며 닮은 마음 안에 그 시간을 함께 엮어 주었어요. 이 장면은 후와후와 씨가 아침마다 마시는 따끈하게 데운 밀크티 같았지요.

마침내 다시 완성된 모자는 이전 모자보다 더 따뜻하게 만들어졌고, 꼭 맞는 모자가 되었어요. 긴 하루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함께 곁을 지켜주던 친구들은 모자를 주문했던 부인과 함께 떠났고, 후와후와 씨는 혼자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쿠네쿠네 씨가 구워 온 빵과 함께 있었습니다. 밀크티와 함께 빵을 먹으며 내내 곁에 있어 준 친구들을 떠올렸습니다.

“맛있어......” 또르르 눈물이 나왔습니다.
저도 눈물이 났습니다.
허기짐도 모르고 달려온 정신없던 하루를 만지는 시간입니다. 데우지 않은 빵에서 모락모락한 김이 보이고, 따끈한 밀크티의 온기가 느껴지는 것은 후와후와 씨와 쿠네쿠네 씨의 친구들이 주고받은 마음의 온기 덕분 아닐까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말없이 앉아 충분한 대화를 나눈 듯이 따뜻한 그림책입니다.



 
필자 소개 : 모자 쓴 산딸기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