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길을 나서면 신기한 세상이 펼쳐져요
오승원 글, 그림
우리나비
골목길을 타박타박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과 제목을 한참 들여다보았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소녀가 되어 신기한 세상, 그곳을 걷게 하는 골목길을 가고 싶어졌어요. 그리곤 이내 핑 하고 생각이 떨어졌어요. 딱 하루를 거닐어도 1년을 흠뻑 누리고 온 것 같은 벅찬 세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요.
엄마의 심부름을 하며 골목길을 걷는 아이의 상상력이 심부름을 오가는 길을 그저 골목길이 아닌 할아버지네 숲으로 바다 건너 제주도로 남극과 북극으로 바다 밑, 우주 저 멀리, 열대우림을 여행하고 집으로 오게 합니다. 그 여행의 짤막한 문장 속에 아이가 무엇을 해야지라고 말하는 것들 중 ‘제주도에 가서 귤로 만들어진 산에 갈 거야’ 하는 그림과 문장은 핑 떨어진 제 마음을 이상하게도 참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어요.
제주도가 가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이 아이는 제주도를 가본 후 가진 이야기인지 가보고 싶어 가진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그 귤 나무로 만든 산은 함께 오르고 싶었어요. 물론 없겠지만요. ^^
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것들을 상상하며 걷는 그 길의 끝에선 언제나 나를 반겨 주는 엄마.
아이는 엄마를 그 골목 여행의 마지막에 넣었어요. 그리고 이 마지막 장면에서 제가 주목하던 시선이 바뀌었어요.
사실 갑갑한 마음이 가득 찬 채 집어 든 이 그림책은 아이가 되어 함께 여행을 하고 싶고, 그림책 속의 자유로운 세상에서 막힘없는 숨을 쉬고 싶어 펼친 책이에요. 그런데 아이가 엄마를 향해 걷는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다시 엄마가 되었어요.
아이가 하고 싶고 만나고 싶은 세상 전부를 주고 싶었던 엄마의 마음.
이 사랑스러운 아이는 그런 엄마의 마음을 이미 알고 풍족히 누리고 자라고 있음을 보았어요.
마음을 풍족히 누린 아이, 꿈과 가능성을 가지고 풍족히 크는 아이. 그 창으로 보는 세상을 너무나도 예쁘고 당차게 상상하고 있었거든요.
교육이라는 것도 돈을 지불하면 누리며 보여주고 가르쳐줄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참 좋은 세상이에요. 그 정보들은 이웃 엄마 또는 각자 손에 든 스마트폰 속에도 넘쳐나고요. 좋고 덜 수고롭게 아이에게 양질의 것을 해줄 수 있지만 사랑에 비례하는 만큼 해주지 못하는 부모님들도 많을 거예요. 아이 교육비 때문에 출산이 장려되지 않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행을 한 후 엄마에게 돌아간 소녀를 보니 풍족한 세상이 마음에 가득한 아이, 그것을 알려주는 근사한 엄마가 되어보자 하는 마음이 남겨집니다.
좋은 기회라 여겼던 것들을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아팠다면 바로 그때가 기회예요.
골목길을 나서 신기한 세상을 볼 수 있는 아이의 창과 실컷 누비고 돌아오면 언제나 그곳에 서 있는 든든하고 따뜻한 엄마가 되는 것 말이죠.
부디 그것으로도 근사하게 만들어갈 아이의 예쁘고도 당찬 세상을 상상하며 엄마는 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그림책으로 다독여 보는 밤입니다.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 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구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친구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