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증조할머니
안나피스케 글, 그림
양이 옮김
우리나비
손자와 할머니의 대화체로 쓰인 그림책이에요.
마치 기자가 질문을 하듯, 할머니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봅니다.
그 질문들에 할머니는 아기 때부터 시작해 처녀시절을 지나 최근까지의 역사로 기쁨과 슬픔,
사랑과 눈물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주시죠.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할머니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겠구나 하는 한 인간의 삶이 보이고,
할머니를 몹시 보고 싶게 만드는 그림책이랍니다.
어릴 적 외할머니와 한 방에서 잘 때, 먼저 잠든 할머니가 잠에서 단 꿈을 꾸시는지 눈을 감은 채
해맑은 소리를 내며 웃는 목소리와 입모양을 잊을 수 없습니다.
웃으며 주름진 할머니 얼굴에서 어린아이를 보았거든요.
이따금씩 그날의 장면이 떠오르면, 우리 할머니 나이 드는 요즘의 시간들이 그날,
20년도 더 된 그 꿈속처럼 행복하시면 좋겠단 마음을 지어봅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들여다보니 루카스처럼 할머니에게 이렇다 할 질문을 해보지 않은 손녀인 제가 보이네요.
어릴 적 초여름이면 할머니가 따오신 산딸기를 은색 양푼에 하얀 설탕을 솔솔 아니
듬뿍 뿌려서 숟가락 하나 꽂아 주시면 마룻바닥에 앉아 퍼먹던 추억이 있어요.
그런데 작년 어느 가을 날 때쯤 이상하게 코끝에서 산딸기 냄새가 나는 날이 있었어요.
할머니도 보고 싶고 그렇게 퍼먹던 산딸기도 먹고 싶던 날, 할머니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죠.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하니 기억이 안 난다고 하셨어요.
중학생이 될 때까지도 있던 초여름 일상 중에 하나였는데 할머니는 잘 기억이 안 나신 데요.
그만 눈물이 흐르던 통화가 되었어요.
루카스가 할머니의 주름진 손을 보고 할머니 손으로 만져보신 것들이 어떤 것들이 있냐는 질문이나,
할머니를 화나게 만들고 웃게 만드는 건 무엇인지,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 같은 질문은 다음에 할머니를 뵈러 가면 꼭 해보고 싶은 질문이 되었어요.
루카스의 증조할머니처럼 어릴 적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대답을 다 해주실 순 없더라도
할머니와 그렇게 이야기하며 할머니가 잠시라도 행복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게 함께 하는 친구가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모자 쓴 산딸기(아이윙 그림책 리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