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과 소년
박완서 글
김명석 그림
어린이작가정신
'한 노인과 한 아이가 표표히 새로운 고장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이렇게 시작되는 책의 첫 문장에서 묵직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마치 주물로 만든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는 커다란 문을 여는 것처럼 말이죠.
삶의 터전과 사람을 잃고 겨우 살아남은 둘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걷지만 그들의 걸음엔 절망과 두려움이 뒤섞여 보입니다.
희망을 찾으려 꽤나 많은 길을 걸어왔을 몸과 마음의 허기가 그림책 전반의 분위기를 통해 전해지기도 하고요.
함께 살아남은 이 아이를 위해 그리고 남은 생을 살아야 하는 노인 자신을 위해 새 땅을 꿈꾸는 그들 앞에 나타난 마을.
책과 자연과 누구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자유가 있는 곳이라면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노인입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들 앞에 놓인 마을의 실체가 하나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곳은 희망의 싹이 사라져가는 아니 이미 사라진 마을이었습니다.
애써 아닌척해 보려 해도 현재의 우리가 사는 이야기의 단면을 은유적으로 그린 책인 거 같아 무척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론의 탄압이 있고 문화적 표현에 제한을 당하던 시대, 불과 2년 전에도 언론이 과연 자유했던가 싶은 뉴스가 가득했죠.
그리고 원전 사고, 석탄연료, 미세먼지, 유전자 변형 농작물 등 이 모든 것들이 자연이 자연 되지 못하게 만들고 있어요. 산과 바다와 숨 쉴 수 있는 공기마저 과연 믿고 마셔도 되는지 불안한 지경이 이르렀으니까요.
아이에게 그 마을은 아니라고 말하며 입구 앞에서 함께 돌아설 때, 과연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을을 어디쯤 가서 만날 수 있을까 답도 없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사는 지금, 현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과연 이 시대를 우리가 얼마만큼 살만하게 바꾸고 보존하여 물려줄 수 있을까요.
희망을 이야기하며 역사가 지나왔지만 희망이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게 우리를 일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사라지고 죽어가며 손을 쓸 수 없어지기 전에 지금을 사는 우리가 다음 세대와 남은 우리의 삶을 두고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