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여름
데버러 와일즈 글
제롬 리가히그 그림
김미련 옮김
느림보

 

colored

'colored'라는 단어의 여운이 매우 강하게 남았던 영화.
비가 오는 날에도 화장실에 가려면 800mm의 거리를 왕복해야 하고,
커피포트를 함께 쓸 수 없다며 'colored'라는 태그를 붙여 놓는 직장 동료들.
같은 공간에 있고, 같은 물건을 쓰는 것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는 그들은 바로 '백인'들.
피부의 색이 어쩌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구분 짓는 기준이 되었을까요.
흑인이 대통령이 되었던 시대가 분명 얼마 전이었음에도
요즘은 어쩐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존 헨리 와델,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존 헨리의 살결은 반질반질한 갈색이에요.
비온 뒤의 솔잎 향기가 나는 것 같지요.
내 살결은 창백한 나방 색이에요.
어두운 밤, 현관 불빛을 감싸고 춤추는 나방처럼요.
 

집안일을 돕는 애니 메이 아줌마에겐 존 헨리라는 아들이 있습니다.
여름이 되면 존 헨리는 엄마가 일하는 곳으로 따라옵니다.
존 헨리는 그 집에서 친구와 함께 여름을 보내요. 함께 고양이와 놀고, 흙먼지 속에서 구슬치기도 하고,
숨이 차도록 냇가까지 달리기 내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함께 나뭇가지를 쌓아 올려 만든 둘만의 수영장에서 실컷 수영을 해요.
존 헨리의 수영실력이 내 친구 중에 최고라고 말하는 소년은 백인입니다.
수영을 끝내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마을로 내려가지만 둘이 함께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어요.
존 헨리는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거든요. 존 헨리는 바로 흑인이기 때문입니다.

 
1964년
 

'모든 인간은 인종, 피부색, 종교, 국적에 상관없이 공공시설을 평등하게 즐길 권리가 있다'라는 공민권법이 선포된 해.
하지만 법에 뭐라고 쓰여 있건 상관이 없었습니다.
백인은 여전히 피부색이 다른 이들을 차별합니다.
식당에서는 백인들이 주문을 끝낸 뒤에 흑인들이 주문할 수 있고,
흑인들은 어디를 가든 뒷문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존 헨리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에서
두 소년이 해결할 수 없는 큰 절망이 몸으로 느껴집니다.
그것은 2017년에도 형태는 다르지만 여전한 것들입니다.

그래도 위로가 되는 것은 존 헨리에게는,
'내 친구 중에서 가장 수영을 잘 하는 친구'라며
비온 뒤의 솔잎 향기가 나는 피부를 가진 친구를
자랑스럽게 치켜세워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겠죠.

 

ⓒ아이윙 그림책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