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의 길
송언 글
김선남 그림
봄봄
2018.06
 

누군가의 길을 보고, 듣는다는 것은 그 길이 나와 상관이 없다 해도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갈대의 길’이라는 제목만으로 깊은숨을 내려쉬고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입니다.
차가운 바람이 이마를 스치는 그런 날, 갈대밭 앞에 서 있는 듯이 책 속으로  들어가봅니다.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면지의 표정이 너무도 달라 비장한 마음이 풀어지며 그만 웃음이 나옵니다. 지난 5월 린넨 천에 라벤더나 민들레 같은 들풀이 그려진 원피스가 갖고 싶은데 도통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면지에 그려진 갈댓잎 패턴이 제가 찾던 그림 분위기와 비슷하지 뭐예요. 너무 예뻐서 이걸로 손수건이라도 하나 갖고 싶다며 면지를 한참이나 몇 번을 쓰다듬었어요. 이 느낌, 책 내용과는 상관이 없지만 면지가 정말 사진으로 찍힌 거보다 훨씬 이쁘니 책으로 직접 확인해보세요.

갈대의 시간이 찬란하고 안쓰럽고 속상하여 그 삶이 어쩜 그러한가 책을 덮고 나면 슬픔이 몰려옵니다.
마음에 쉼을 주고 다시 책을 펴서 찬찬히 그 길을 들여다봅니다.
갈대가 두 해를 살며 늙어 가는 동안 옆자리에서 화려하고 예쁜 꽃들이 계절을 바꾸며 자신을 뽐낼 때를 보세요.
겨울이라는 혹독한 환경도 견디고 봄이 오고 여름이 와서 상대적으로 자신이 늙어 초라해져 보일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시간은 묵은 빛조차 바래진 자신을 인정하는 것 같습니다.

세대가 교체되는 때에 노욕과 초라해지는 자신을 견딜 수 없어 마지막까지 욕심을 내고 겸허해지지 못하는 이들을 보곤 합니다. 그 모습은 갈대가 자신의 마지막을 다음 세대에게 내어 주는 겸허하고도 찬란한 갈대의 시간과 대비되어 말을 잃게 합니다.
주위 환경은 변하지만 여전히 그 자리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견디며 자신의 몫을 다 하고 떠나는 갈대의 삶이 우리 각자에게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쓸모없는 삶이란 없습니다.
갈대는 갈대의 삶을, 나는 나의 삶을 온전히 걸어가는 그 길을 새겨 봅니다.

ⓒ모자 쓴 산딸기

 
 
필자 소개 : 모자 쓴 산딸기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