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도와 거리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마달레나 마소토 지음
민찬기 옮김
그림책공작소
자동차가 빠방~ 그려진 표지가 아이들의 재미 주머니를 콕콕 찌를 것 같지 않나요?
저는 자동차라는 그림보다는 자동차를 밀어주듯 써진 제목에서 재미 주머니의 90퍼센트가 쿡쿡 찔렸답니다.
조금 느리지만 뒷심 있게 해내도록 꾸준히 격려를 요하는 우리 자녀들 있으시죠? 저희 집 큰 딸이 천천히 가는 아이인데요, 왜 이럴까를 머릿속에 담고 지내던 시기가 있었어요. 아이를 보며 ‘왜’에 자문자답하느라, 아이의 어떤 기능을 개선해주려는 방법들을 찾고 제시하느라 마음이 분주하던 유아기의 시기가 있었어요. 그렇게 지나오고 보니 정작 아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데 에너지를 더 쏟지 못한 거예요.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이 아이가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조금 느리게 가는 아이구나.’
이따금씩 아니 대체 왜?라는 욕심 섞인 엄마의 물음과 일어나지 않으면 더 좋을 마음의 불화가 여전히 한 번씩 일렁입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에 부채질을 하며 이야기해주죠.
“주위는 상관없어. 네가 시작한 이후 여기까지 이만큼 왔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어. 네가 즐겁게 기억한 시간이면 그것으로 엄마도 충분해. 잘했다! 우리 딸.”
우리가 일상에서 보내게 되는 무수한 시간과 만나게 되는 일과 사람들을 대륙을 횡단하는 자동차 여행이라고 생각해 보도록 그림책의 꼴이 일반적이지 않게 만들어졌어요.
위아래를 절반으로 잘라 놓았어요. 어느 장을 펼치든 여행자가 되어 있을 거예요. 동시에 넘겨보든 윗장만 넘겨보든 자동차는 낮과 밤이 바뀌고 길이 바뀌고 계절이 바뀌지요.
때론 자동차에 내려서 풍경을 담아보며 그렇게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의 마음도 각자 자기만의 속도에 맞춰 바뀌게 만들지요.
얼마 전 <그림책 우뚝 서다>라는 그림책 협회 컨퍼런스가 있었는데요, 그곳에서 ‘그림책의 꼴’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해주신 정진호 작가님 이야기가 떠오르네요. ‘꼴’을 이용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책은 그림책뿐이라고 하셨는데 굉장히 인상 깊은 발제였어요.
이 책도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그림책의 꼴을 가지고 놀며 여행과 자기만의 속도와 삶을 마음껏 상상하며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게 만들어진 것 같아요. 아이와 함께 자동차 여행을 하듯 유아와 읽어 보시고, 우리 삶의 여행에 관해서 사춘기 자녀와도 읽어보시고, 주부로서 지내며 자신의 자동차 여행에서 정체구간을 지내는 이웃 엄마와 쉬어 내릴 수 있는 동안 담을 수 있는 풍경에 관해 이야기해본다면 어떨까요?
생각이 많은 머릿속을 마음에 그림을 그리며 정돈하도록 친구가 되어준 오늘의 그림책이었습니다.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