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을 주웠어
켈리 캔비 글, 그림
이상희 옮김
소원나무

 

숲길에서 발견한 구멍을 보고 신이 나 호주머니에 넣은 아이.
호주머니에 구멍을 만드니 돈이고 사탕이고 줄줄 새고 마네요.
구멍이 꼭 필요한 곳에 줘야겠다고 생각한 아이가 마을의 곳곳에 들어가 구멍이 필요하지 않으냐고 묻지만, 그렇게 생긴 구멍이 필요한 곳은 없었어요.
결국 이 아이는 구멍을 처음 만난 숲으로 돌아가 그것을 두고 돌아섭니다.
구멍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그림책을 보며 허점이나 부족함에 관하여 자연스레 생각의 물길이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구멍을 지나가던 구멍 같은 아이가 떠오르네요.

사춘기가 오면서 발현된 예민함을 구멍이라 여기며 오래도록 그 구멍을 감춰 지내려고 하던 아이가 있었어요.
무던하지 못하고 신체 오감의 입구에 통점이 있는 듯이 많은 것에서 예민함이 튀어나왔죠.
또래집단에서도, 조별 과제에서도 소속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자연스러움이 과연 무엇인가 되물을 정도로 긴장하며 본래의 느낌을 감추고 구멍을 막느라 늘 경직되어 있습니다. 이따금 수많은 생각과 느낌에 관하여 말을 하기 시작하면 해결은 없고 통증에 관한 느낌만 가득하던 때였죠.
그 예민한 통증의 구멍을 지나 사춘기를 추억할 만큼 어른이 된 아이가 구멍을 글로 표현하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는 자기만의 숲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그 예민한 오감의 통증을 하나씩 만져 보았습니다.
그 구멍은 속과 밖을 드나들며 편안히 숨을 쉬고 있는 자연스러운 내가 보이는 통로가 되었어요.
어디에서는 골칫거리였던 구멍이 산토끼에게는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한 문이었어요.
우연히 구멍이 없어지며 바깥과 쉼터의 문이 사라져 집으로 가지 못했던 산토끼를 보며 모든 것에는 제자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구멍의 제자리를 찾아 자연스러움과 자기다움을 아는 삶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게 하는 그림책이었습니다.

 
 
 
 
필자 소개 : 모자 쓴 산딸기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