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어 공주와 빨간 실
문진영 글
김정환 그림
봄볕

 

바닷속을 다스리는 용왕님에게는 귀한 딸이 하나 있어요. 바로 병어 공주랍니다.
용왕님은 딸 병어 공주의 짝을 찾아주고 싶어 해요. 그렇게 병어 공주 신랑 찾기가 시작됩니다.
거제 나라의 대구 왕자, 탐라 나라의 은갈치 왕자, 우산 나라의 오징어 왕자.
집안을 따져 보고 혼인을 시키는 고지식한 용왕님은 아닌지라 왕자들을 모아놓고 물어봅니다.
"병어 공주와 혼인한다면 어떻게 살겠느냐?"
은갈치 왕자, 오징어 왕자는 돈은 모아 부자로 산다거나, 많은 책을 읽어 똑똑하게 살겠다고 대답을 하는데, 그중 대구 왕자는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저는 공주님과 바닷속을 돌아다니며 즐겁게 살겠습니다."

용왕님은 공주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것으로 자격 조건을 꼽았기에 대구 왕자가 가장 마음에 들었지요.
자 이제 최종 결정권자 병어 공주의 마음만이 남았습니다.
다행히, 공주도 대구 왕자가 마음에 들었대요. 다만, 대구 왕자의 큰 입 하나만 빼고 말이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함께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일텐데 병어 공주는 대구 왕자의 큰 입을 받아들였는지 모르겠네요.


병어와 대구는 남해안 연안 지역 주민들에게 친숙한 생선입니다.
병어는 비늘이 없고 표면이 매끄러운 흰 살 생선으로 입이 조그맣습니다. 반면 대구는 입과 머리가 크고 무엇이든 잡아먹는 대식가로 아래턱에 수염이 한 올 돋아 있어요.
구전되는 설화들 중에는 슬픔과 기쁨, 삶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들도 많지만 익살과 해학이 풍부하게 깃든 이야기도 많아요.
고된 삶을 웃음으로 이겨낸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