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다람쥐 얼
돈 프리먼 글, 그림
햇살과 나무꾼 옮김
논장

 

 

'의존(依存)과 의지(依支)는 얼핏 비슷하게 들리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의지하되 의존적인 사람이 되지 않는 것이 필요해요.’
무심하게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던 중에 의존과 의지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얼마 전 다시 만난 그림책 <꼬마 다람쥐 얼>이 떠올랐습니다.

엄마 다람쥐는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는지 아기 다람쥐에게 혼자서 도토리를 직접 구해오라고 말합니다.  엄마의 말에 어리둥절해진 꼬마 다람쥐 얼은 친구인 질에게 쪼르르 달려가지요.
마침 질은 다람쥐 친구를 위해 준비해 둔 먹음직스럽고 큼직한 도토리 한 알과 호두까기를 함께 건네줍니다. 얼은 자랑스럽게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도토리와 호두까기를 당당하게 내보입니다.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기가 막히지요. 다람쥐가 호두까기라니요. 엄마는  단호하게 훈육을 시작합니다.
여기서 엄마의 훈육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주눅 들지 않는 얼의 모습도 인상적이고요.

결국 자신의 힘으로 도토리를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서는 얼.
친구 질에게 선물 받은 빨간 목도리는 얼의 여정에 매우 유용한 행운의 물건이 됩니다. 빨간 목도리 덕분에 황소 콘레드와 수많은 도토리 더미를 만나게 되니까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만나게 된 얼이 그 행운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매우 인상적입니다. 얼은 자신의 몫을 어떤 방법으로 챙겨가게 될까요? 

초반에 아이를 단호하게 훈육하는 얼의 엄마를 보며 지나치게 과한 반응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얼이 도토리를 구하는 여정에서 보여주는 꼬마 다람쥐의 당당함과 문제해결 능력은 엄마의 강단 있는 교육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의지는 의지하면서도 의지(will)를 갖는 것이다. '

어쩌면 말장난 같아 보이지만 이 문장은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이가 자신의 발로 직접 밖으로 나가야 할 때 부모가 아이에게 전해주어야 할 지침 같아 보입니다.
유연한 문제해결능력을 갖기를, 언제든 자신이 선택한 결정에 후회가 없고 당당하기를 그리고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해야겠어요.

자칫 딱딱하고 단조롭게 보이는 흑백 스크래치 기법의 책이 빨간 목도리가 등장하면서부터 이야기에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작가가 원래 생각했던 제목은 '세상에서 가장 버릇없는 다람쥐(The Most Spoiled Squirrel in the World)'였다고 하니 엄마의 호통에도 야무지고 당당한 꼬마 다람쥐의 모습이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