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
최승훈 그림
김혜원 글
이야기꽃
‘삶’이라는 길을 걷다 보면 우리에게 이야기하는 것들을 만나는 날이 있습니다. 때로는 그냥 지나치게 되어 귀에도 마음에도 닿지 않을 때가 있고, 때로는 깊숙이 오래 머물게 되는 이야기를 만날 때도 있지요.
오늘 이 그림책 <손이 들려준 이야기들>은 작가님들이 마을에 머물며 그리고 쓰게 된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그들의 얼굴이 아닌 손을 그린 그림과 함께 인터뷰하듯 쓰인 이야기는 이 마을의 그 할아버지 이야기가 아닌 나의 할머니, 나의 할아버지 또는 나의 부모님을 떠올리게 해주는 것 같아요.
저의 어릴 적 5월엔 앵두를 실컷 먹던 추억이 머물러 있어요. 외갓집 마당에 있는 커다란 앵두나무가 주던 선물이었죠. 지금은 그 앵두나무가 베이고 없어졌지만, 십 년 전 귀농하신 부모님 댁에 물앵두 나무가 심어져 있어요. 올해 보니 제법 그때의 나무와 닮아 자라 있더라고요. 때가 맞지 않아 맛을 보진 못했지만 내년엔 꼭 앵두 때에 맞춰 오자고 아이들과 약속했답니다.
80세 할아버지의 이야기에도 앵두, 물앵두가 나온답니다. 말주변이 없어 도시에서 아이들이 와도 대화를 별로 하지 않는다는 할아버지의 손에 들린 물앵두 가지는,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깊은 사랑을 전하는 할아버지의 언어가 들리는 것 같았어요.
어르신들이 사랑한다, 보고 싶었다는 말 대신, 언어 이외의 사랑 표현을 마음으로는 다 들을 수 있음을 책을 한 장 한 장 넘겨 읽을 때마다 알게 해주었어요.
우리 외할머니가 왜 그렇게도 사과 한쪽이라도 더 먹으라고 하는지, 밥 먹고 왔다는데도 자꾸 밥 먹을려냐고 물어보는지를...
농사를 짓고, 바느질을 하고, 꽃을 꺾어 보여주고...
열여덟 분이 가진 삶의 이야기를 담은 손.
고생한 이야기나 파란만장했던 이야기의 끝은 하나같이 자식과 그 자식의 자식을 사랑하는 이야기였어요.
그래서일까요.
외갓집을 간 듯이 익숙하고 정스러워 다른 듯이 닮은 나의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그런 그림책이었습니다.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