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고양이는 말이야
미로코마치코 지음
엄혜숙 옮김
길벗스쿨
고양이 테츠조를 관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글과 그림 그 안에서 테츠조와 주고받은 시간과 사랑을 느낄 수 있었어요.
반려동물이 없는 저는 이 주인공의 시선이 마치 부모가 자녀를 바라보는 시선 같았답니다. 세상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바라볼 때의 시선 말이죠.
아이가 혼자 앉기 시작할 때부터 하는 행동이 잠재적 재능으로 보이는 때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벽에 낙서를 하면 예술가가 되려나 싶고, 리모컨을 서랍에 숨겨 둔 걸 보면 놀이도 예사롭지 않게 하는 영리함이 보이는 것 같고, 노래에 맞춰 몸만 움직여도 음악에 재능을 보이는 것 같은 행복한 착각의 경험 같은 것 들이요.
첫째 아이를 키우며 했던 사랑스러운 시선에서 비롯된 수많은 착각과 고슴도치 엄마 같은 마음이 둘째 때는 덜어지겠거니 했지만 여전하더라고요. :)
테츠조와 함께하는 이 고양이 엄마가 얼마나 테츠조를 아끼고 사랑했는지를 그림책에 보여지는 글과 그림이 향하는 시선에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녀는 자녀를 보는 듯이 테츠조와 함께한 일상의 순간들을 특별하게 눈에 담으며 함께 했어요.
테츠조의 난폭하고 까칠한 모습이나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던 습관 그리고 저지레를 하던 모습까지 테츠조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사랑을 주었답니다.
짧게 언급된 사실이지만 고양이에게도 사람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던 테츠 조였어요. 그런데 이 파란 원피스의 고양이 엄마에게 받은 사랑으로 인해 그녀와 함께 지낸 8년의 삶이 80년을 산 듯이 충만하지 않았을까 생각되었어요. 테츠조가 떠난 후 버림받은 고양이 둘을 다시 새 가족으로 데려오면서도 테츠조를 기억하고, 또다시 결핍이 있는 냥이들의 엄마가 되어 사는 파란 원피스의 엄마.
결핍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그리고 삶으로 보여준 사랑에 대해 오래도록 생각하게 해주었어요.
지나온 시간을 보면 때에 따라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진실된 마음으로 건넨 손과 그 마음이 맞닿아 이루어진 만남이 비로소 ‘나답게’ 또한 ‘나’를 믿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연대를 이루어 간다는 것은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지면에 실릴만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도 있겠지요. 하지만 보통의 삶을 사는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연대란 고양이 테츠조와 고양이 소토, 보와 함께 했던 그 마음의 연장일 수 있겠다 생각해요. 내 시선을 멈추게 만든 것에, 어쩌면 결핍이 있는 이웃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안아 준다면 이 또한 삶을 축복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연대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필자 소개 : 모자 쓴 산딸기
이제 십대가 된 11살 딸과 '언니처럼'을 지향하는 5살 딸을 키우는 두 딸의 엄마이자 말 없는 남자의 아내인 여자사람입니다. 김승연 작가님의 <여우 모자>로 그림책이 어른에게 주는 감성과 위로를 알게 되었고요. 동네의 닮고 싶던 언니가 그림책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알고 더 깊이 알고 싶어진 친구이자 취미가 된 그림책의 새 친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