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죽음이에요
엘리자베스 헬란 라슨 글
마린 슈나이더 그림
장미경 옮김
마루벌
2017.4
티비가 없고 뉴스가 없는 시대에는 내 생활 반경 이외의 소식은 알 수 없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나라에 전쟁이 난 것도 전혀 모르고 있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속 사람들 처럼요.
지금의 우리는 세상의 소식, 세상의 사건 사고들은 대부분 티비를 통해 접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뉴스를 함께 본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시 끊임없이 나오던 참사 뉴스를 보며
'어머나 어떡하냐'라는 탄식을 내뱉던 어른들의 말에 더 공포에 질려
아이는 한동안 뉴스는 무섭다며 거부감을 드러내곤 했습니다.
나오는 뉴스마다 살인, 납치, 유괴, 폭력 등의 이야기들만 접하게 되니
아무리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알 수 있다고 해도 예민하고 두려움이 큰 아이들에게
굳이 뉴스를 접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시간이 지나고 아이도 두려움보다는 알고 싶은 욕구가 성장해서인지 뉴스를 같이 봅니다.
특히 작년 가을 대통령 탄핵사건 이후부터 뉴스를 오히려 더 같이 보게 됐어요.
얼마 전 영국의 공연장 테러 뉴스를 접하던 중 아이와 나눈 대화입니다.
'저렇게 계속 유럽에 테러가 생겨서 유럽 여행을 갈 수 있을까?'
'어차피 테러는 우리나라에도 생길 수 있는 거 아니야?'
'하긴 그렇지. 유럽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
'그럼 무서워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잖아'
'그래. 그렇지. 우리 저번에 읽었던 그림책이 생각난다. 그렇지?'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우리의 삶.
행복한 추억을 기대하며 여행을 떠나는 가족.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남녀 커플.
평범하게 출근하여 일상을 보내는 회사원.
늦잠에서 깬 주말 아침.
모든 상황과 모든 사람들과 모든 우리의 시간에 항상 함께하는 존재.
바로 죽음입니다.
피하고만 싶은 존재 죽음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고통의 벼랑 끝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사람들의 말에는
오히려 삶에 대한 끈을 결코 놓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이 그냥 삶이듯, 죽음도 그냥 죽음입니다. 거부할 수도 숨을 수도 없어요.
누굴 찾아가는지, 언제 찾아가는지, 왜 찾아가는지 담담하게 자신을 들려주는 죽음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아이윙 그림책 큐레이터
